화웨이의 메이트 30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에도 기술 ‘자립’을 이어나가며, 내년도 세계 1위 스마트폰 업체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대만 경제일보 등은 최근 화웨이가 대만 폭스콘측에 스마트폰 5000만대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생산을 요청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화웨이는 내년도 스마트폰 출하량 목표를 올해보다 20% 늘어난 3억대로 세우면서, 부품 공급 업체에 부품을 충분히 확보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도 출하량 연간 목표를 3억대로 잡았다는 점을 두고 삼성전자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화웨이는 미국 제재에도 불구하고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 조사 자료를 보면, 화웨이는 올해 3분기 6670만대를 출하하면서 세계 시장 점유율 18.2%로 삼성전자(21.3%)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1년전 같은 기간(5180만대) 보다 출하량이 29% 급증한 것이다. 물론 화웨이의 판매 실적은 중국의 실적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는 한계가 있다.

화웨이의 런정페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는 지난달말 미국의 CNN방송과 인터뷰에서 “구글이 없어도 화웨이가 여전히 세계 1위 스마트폰 브랜드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게(구글이 없는 것) 문제가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만 시간이 더 걸릴 뿐이라고 답했다.

화웨이가 미국의 부품 없이도 스마트폰 완성품을 만들었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도 있었다. 일본 휴대폰 부품조사업체 ‘UBS 포멀하우트 테크노 솔루션’이 화웨이가 지난 9월 출시한 올해 주력 스마트폰 ‘메이트 30’을 분석한 결과 미국 기업 부품이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화웨이는 그간 스마트폰에 퀄컴 등 미국산 반도체를 사용했지만 미국의 제재 이후 네덜란드 NXP반도체, 화웨이 자회사인 하이실리콘 등에서 부품을 조달한 것이다. 적어도 화웨이는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기술적 자립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그러나 미국의 ‘화웨이 견제’는 지속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기고한 글에서 “유럽 국가들은 중요한 인프라에 대한 통제권을 화웨이와 ZTE와 같은 중국의 ‘기술 거인’들에 넘겨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화웨이와 관련한 스파이 행위, 지적 재산권 탈취 등 각종 문제들을 나열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면서 5G 관련해 한국의 삼성, 스웨덴의 에릭스 등이 있다고 거론하기도 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