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톡톡] 현 시인, 제주 난민 반대 움직임에 일침
제주 출신 현택훈 시인은 1일 제주도의 예멘 난민 사태와 관련해 난민 반대 여론이 고조하는 것에 대해 “자국민 보호를 이유로 문전박대를 하는 건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현 시인은 그러면서 “(난민법 폐지 등의) 그 청원에 70만명이 넘었다는 건 한국인으로서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안타까워했다.

◆“4.3때 많은 제주인들 일본으로 대피, 그때 생각해보길”

제주도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현 시인은 이날 세계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1948년) 4·3사건 당시 저희도 상당수가 난민이었다.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일본으로 대피했고 불법 체류하면서 2, 3세로 이어져 왔다. 재일제주인도 적지 않았다”고 “(예멘 난민을 문전박대하는 일부 모습은) 부끄럽다”고 지적했다. 즉 우리 한국인들도 난민으로 서러운 시절이 있었던 만큼, 내전 때문에 한국으로 온 예멘 난민에 대해 ‘문전박대’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그는 또 “지금 제주도의 뜻있는 사람들이 예멘 난민 등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만약 이들이 나중에 한국어를 배우고 지금 인터넷에 달린 댓글 등을 보면 실망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전혀 범죄를 일으키지 않을 (이들 예멘) 사람도 ‘우리를 이렇게 대하구나’라는 것을 알고 나중에 우발적인 행동이 나올 수도 있다”며 좀 더 인도주의적으로, 인간적으로 바라볼 것을 희망했다.

현택훈 시인. 페이스북 캡처

◆“문전박대는 사람 도리 아냐...청원 70만명 매우 부끄러운 일”

현 시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신청허가 폐지/개헌 청원’에 동의한 사람이 70만 명을 넘었다”며 “제주도에 예멘 사람들이 난민 신청을 하면서 제기된 이 국민청원에 동의한 사람들은 난민의 인권보다는 자국민 보호를 우선시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예멘은 지금 내전 중이다.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 사람들은 학살과 강제 징집을 피해 살기 위해 탈출한 사람들”이라며 “그런 사람들에게 자국민 보호를 이유로 문전박대를 하는 건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그 청원에 70만 명이 넘었다는 건 한국인으로서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안타까워했다.

1974년 제주도에서 태어난 현 시인은 4·3 당시 잃어버린 마을을 소재로 한 시 ‘곤을동’으로 2013년 제1회 4·3문학상 시 부문에 당선됐다. 시집으로 『지구 레코드』, 『남방큰돌고래』가 있다. 김양희 감독의 영화 ‘시인의 사랑’의 모티프가 된 인물이며, 현재 제주도에서 ‘시옷서점’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