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내부 일회용 컵 사라지자 개인컵 놓고 주문하지 않는 '노오더族' 크게 늘어
녹차·코코아 챙겨오는 사람도



정부가 커피전문점 매장 내에서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하면서 개인 텀블러 사용이 늘어난 가운데 텀블러를 가져와 음료를 주문하지 않고 자리를 차지하는 '노오더(No order)족'도 늘고 있다.

인천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 황모(24)씨는 요즘 매일 아침 텀블러를 들고 와 "얼음을 채워 달라"는 한 고객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손님에게 "얼음은 음료를 주문하시면 드리겠다"고 하면 도리어 "그런 규정이 있느냐"며 따진다고 한다. 황씨는 "테이블 위에 얼음물을 채운 텀블러를 올려놓고 몇 시간씩 있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집에서 코코아, 녹차, 미숫가루를 가져와 커피전문점에서 타 먹는 노오더족도 있다. 서울 관악구 카페에서 일하는 박모(26)씨는 "매장에서 음료를 만들어 드시면 안 된다고 타일러도 소용없다"며 "텀블러에 믹스 커피를 타 와 '휘핑크림을 얹어달라'고 하는 손님도 있었다"고 했다.

일부 노오더족은 매장에 비치된 우유와 시럽만 먹고 가기도 한다. 직원에게 머그잔을 달라고 한 후 우유를 부어서 마신다. 부산 해운대구의 한 카페 아르바이트 직원 권희림(24)씨는 "며칠 전 단체 손님이 와 뜨거운 물 4잔을 달라고 하더니 시럽을 넣어 '꿀물'이라며 마셨다"며 "매장 내 우유나 시럽은 원래 커피 농도와 당도를 맞추기 위해 비치해 놓은 것인데 손님이라고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노오더족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을 선호한다. 매장 구석이나 2, 3층에 자리 잡으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업체도 별도 제지 규정이 없어 아르바이트 직원뿐만 아니라 매니저들도 그대로 둔다. 커피전문점인 '커피빈' 대외협력부 정보배 주임은 "잔을 들고는 있으니 음료를 주문하지 않은 건지 확인이 어렵다"고 했다. 커피전문점 입장에서는 노오더족을 감시하는 것보다 이들이 다음에 와서 음료를 사주는 게 이득이란 계산도 있다.